사람의 부패와 회심, 그리고 그 방식
제1조. 타락이 사람의 본성에 끼친 영향
사람은 본래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습니다. 사람은 지성에 창조자와 영적인 것들에 대한 참되고 이로운 지식을 공급받았고, 마음과 의지에는 의로움을, 그리고 모든 감정에는 순수함을 공급받았습니다. 따라서 전인이 거룩했습니다. 그러나 마귀가 부추기자 사람은 자유 의지로 하나님을 떠남으로써 이런 탁월한 선물들을 스스로 상실했습니다. 도리어 사람의 지성은 무지와 지독한 어둠, 허망, 어그러진 판단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마음과 의지는 악하고 반항적이고 완악하게 되었으며, 사람의 모든 감정은 불순하게 되었습니다.
제2조. 부패의 확산
사람은 타락한 이후에 자신과 같은 성질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즉 부패한 사람이 부패한 자식을 낳았습니다. 따라서 부패는 오직 그리스도를 제외하고는, 아담에게서부터 아담의 모든 후손에게 퍼져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모방으로써가 아니라, 악한 본성을 물려받음으로 퍼져 나간 것입니다.
제3조. 사람의 전적인 무능력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죄 가운데 잉태되어 본질상 진노의 자녀이고, 구원에 이르는 어떤 선도 행할 수 없고, 악으로 기울어지며, 죄 가운데 죽은 죄의 노예입니다. 그리고 성령의 거듭나게 하시는 은혜 없이는 아무도 하나님께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고 돌아올 수도 없으며, 부패한 본성을 고치려 하지 않고 고칠 수도 없으며, 아니 고침받도록 자신을 준비하려고 하지 않고 준비할 수도 없습니다.
제4조. 본성의 빛으로는 불충분함
타락 후에도 사람에게는 본성의 빛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하나님, 자연의 사물, 그리고 선악의 차이에 대한 얼마간의 지식을 갖고 있으며, 덕과 사회의 선한 질서와 외적인 행실에 다소 열의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본성의 빛으로는 사람이 구원에 이르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회심하는 데 결코 충분하지 못합니다.
제5조. 율법으로도 불충분함
본성의 빛에 해당되는 사실은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유대인에게 특별히 주신 십계명에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왜냐하면 십계명은 죄의 크기를 확실히 드러내고 사람을 더욱 정죄하지만, 구제책은 내놓지 않고, 비참에서 벗어날 힘도 주지 못하고,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해진 죄인을 율법은 저주 아래 그냥 내버려 두기 때문입니다.
제6조. 복음의 필요성
그래서 본성의 빛이나 율법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은 성령의 능력으로 화해의 말씀, 곧 화해의 직분을 통해 행하십니다. 이 화해의 말씀은 메시아의 복음인데, 하나님은 이 복음을 통해 신약 시대와 마찬가지로 구약 시대에도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습니다.
제7조. 복음이 어떤 사람에게는 전파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는 이유
하나님은 자기 뜻의 비밀을 구약 시대에는 소수에게 나타내셨으나, 신약 시대에는 많은 사람에게 자기 뜻의 비밀을 나타내셨습니다. 이렇게 처리하신 것은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받을 자격이 많거나 본성의 빛을 더 잘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그렇게 하시기를 기뻐하시고 과분하게 그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제8조. 복음으로 진지하게 부르심
복음을 통해 부르심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진실하게 부르심을 받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 하나님께 나아오는 것을 기뻐하신다고 그의 말씀에서 진실하고도 가장 참되게 계시하셨기 때문입니다.
제9조.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 오지 않는 이유
많은 사람이 복음 사역을 통해 부르심을 받지만 하나님께 나오지 않고 회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복음이나 복음을 통해 제시되는 그리스도, 또는 하나님의 탓이 아니고, 부르심 받는 사람의 탓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생명의 말씀을 거부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믿음의 기쁨을 누리다가 후에 다시 배반합니다. 또 어떤 이들의 경우에는 세상의 염려와 즐거움의 가시에 말씀의 씨가 막혀 결실하지 못합니다.
제10조.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 오는 이유
어떤 사람들은 복음을 통해 부르심을 받고 하나님께로 나와서 회심하는데, 이것의 원인을 사람에게 돌려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사람이 나아와 회심하는 원인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돌려야 합니다. 하나님은 영원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 소유를 친히 선택하셨고, 적당한 때에 택자를 유효하게 부르시고, 믿음과 회개를 선물로 주시고, 흑암의 권세에서 그들을 건져 그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십니다.
제11조.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회심을 일으키시는가
하나님은 택자들 안에 자신의 기쁘신 뜻을 이루실 때, 그들에게 복음이 외적으로 전파되게 하시고, 성령으로 그들의 정신을 강력하게 조명하셔서 성령에 속한 일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분별하게 하십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은 거듭나게 하시는 똑같은 성령의 역사로 사람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 닫힌 마음을 여시고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며 할례받지 못한 마음에 할례를 행하십니다. 또한 의지에 새로운 품성을 불어넣으셔서 죽은 의지가 살아나게 하시고, 악한 의지를 선하게 하시고, 마다하는 사람이 자원하게 하시고, 완고한 사람을 고분고분하게 하십니다.
제12조. 중생은 오직 하나님의 사역
이것이 성경에서 그토록 높이 예찬된 중생, 새 창조,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남, 그리고 살리심입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도움 없이 하나님이 우리 안에 이루십니다. 이 중생은 복음의 외적 부르심이나 도덕적 설득만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하나님이 자기 역할을 하신 후에 중생할지 안 할지가 여전히 사람의 능력에 달려 있는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중생은 명백히 초자연적인 역사이며, 지극히 강력하면서 동시에 지극히 감미롭고 부드러우며, 기이하고 신비롭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역사입니다.
제13조. 중생은 파악할 수 없는 것
신자들은 이 역사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이 세상에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하나님의 이 은혜로 말미암아 자신의 구주를 마음으로 믿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느낀다는 것에 만족하며 안식합니다.
제14조. 믿음이 하나님의 선물이 되는 방식
따라서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사람이 받을지 거절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믿음을 제안하신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믿음을 실제로 주시고 불어넣으시고 주입하신다는 의미에서 선물입니다. 사람으로 하여금 소원을 갖고 행하게 하시며,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믿으려는 의지와 믿는 행위를 모두 일으키신다는 의미에서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제15조. 무가치한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합당한 태도
하나님은 이 은혜를 누구에게도 베푸실 의무가 없으십니다. 그러므로 이 은혜를 받는 사람은 하나님께만 영원히 감사를 빚지며 영원히 감사드립니다. 반면 이 은혜를 받지 못한 사람은 이런 영적인 것들에 아무 관심이 없고, 자신의 상태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하나님께 아직 부르심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제16조. 사람의 의지는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되살아나는 것
사람이 타락했다고 해서 지성과 의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 중생의 은혜는 사람을 나뭇조각이나 돌덩이처럼 다루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의지와 의지의 특성을 없애지도 않으며, 꺼리는 의지를 강제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의지를 영적으로 살리고 치료하고 교정하고 감미로우면서도 동시에 강력하게 복종하도록 합니다. 여기에 우리 의지의 참되고 영적인 회복과 자유가 있습니다.
제17조.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수단들
하나님이 초자연적인 역사를 통해 우리를 중생시키실 때도 복음을 사용하는 것을 결코 배제하거나 폐지하시지 않습니다. 가장 지혜로우신 하나님은 복음을 중생의 씨와 영혼의 양식으로 정하셨습니다. 은혜는 가르침을 통해 주어지고, 우리가 의무를 더 기꺼이 행할수록 우리 안에 역사하는 하나님의 은택은 더 빛나고, 하나님의 역사가 더 진전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은혜의 수단들과 수단들의 유익한 열매와 그 효과를 생각할 때, 모든 영광은 오직 하나님께만 영원히 합당합니다. 아멘.
오류 반박
부패와 회심에 대한 바른 교리를 설명한 본 회의는 아래와 같이 가르치는 자들의 오류를 거부합니다.
오류 1
오류: 원죄 자체로 온 인류가 정죄받고 현세적인 벌과 영원한 벌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말은 결코 정당할 수 없다.
반박: 이런 주장은 사도의 선언과 모순됩니다.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 5:12). "죄의 삯은 사망이요"(롬 6:23).
오류 2
오류: 선한, 거룩함, 그리고 의로움과 같은 영적 은사들은 사람이 처음 창조되었을 때 사람의 의지에 속한 것일 수 없었고, 따라서 타락으로 사람의 의지에서 분리될 수도 없었다.
반박: 이런 주장은 에베소서 4장 24절에서 사도가 제시하는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묘사와 상반됩니다. 하나님의 형상이 의와 거룩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묘사하는데, 의와 거룩함은 사람의 의지에 속한 것이 분명합니다.
오류 3
오류: 의지 자체는 결코 부패된 적이 없고, 단지 지성의 어둠과 감정의 무질서에 방해받을 뿐이다. 이런 방해물이 제거되고 나면, 의지는 타고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박: 이런 주장은 잘못되고 희한한 생각이며, 자유의지의 힘을 치켜세우게 됩니다. 선지자는 선언합니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렘 17:9).
오류 4
오류: 중생하지 않은 사람은 죄 가운데 정말 죽어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죽어 있는 것도 아니다. 중생하지 않은 사람도 의와 생명에 주리고 목말라 할 수 있다.
반박: 이런 주장은 성경의 분명한 증언과 상반됩니다.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엡 2:1), "허물로 죽은 우리"(엡 2:5).
오류 5
오류: 부패한 자연인도 일반 은총이나 타락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은사들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르게 사용함으로써 더 큰 은혜, 곧 복음의 은혜 또는 구원의 은혜와 구원 자체를 점차 얻어 나갈 수 있다.
반박: 만대의 경험과 더불어 성경이 이런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합니다. "그는 어느 민족에게도 이와 같이 행하지 아니하셨나니 그들은 그의 법도를 알지 못하였도다"(시 147:19~20).
오류 6
오류: 하나님은 사람이 참된 회심에 이르도록 사람의 의지에 새로운 자질이나 성향이나 은사를 넣어 주지 않으신다. 우리가 처음 회심할 때의 믿음은 하나님이 넣어 주신 선물이 아니라, 사람의 행위일 뿐이다.
반박: 이 주장은 하나님이 우리 마음에 믿음과 순종의 새로운 자질과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각을 넣어 주신다는 성경의 선언과 모순됩니다.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들의 마음에 기록하여"(렘 31:33).
오류 7
오류: 우리를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은혜는 부드러운 권유뿐이다. 자연인이 신령한 사람이 되는 데 이 도덕적 권유의 은혜만으로 충분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반박: 이런 주장은 완전히 펠라기우스주의적이고 성경 전체와 반대됩니다. 성경은 성령이 훨씬 강력하게 신적으로 역사하시는 방식을 가르칩니다.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겔 36:26).
오류 8
오류: 하나님이 모든 은혜로 역사하셔서 사람이 회심하게 하신 후에도, 사람은 자신을 중생하게 하시려는 하나님과 성령의 의도와 뜻에 저항할 수 있으며, 종종 실제로 저항해 자신의 중생을 완전히 막기도 한다.
반박: 이런 주장은 우리의 회심에서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있는 모든 효력을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사람의 의지에 종속시키는 것입니다. "그의 힘의 위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엡 1:19).
오류 9
오류: 은혜와 자유의지는 회심이 일어나는 데 함께 작용하는 부분적 원인들이다. 은혜는 순서상 의지의 작용에 앞서지 못한다.
반박: 일찍이 고대 교회는 이런 펠라기우스주의적인 가르침을 사도의 말에 의거해 정죄했습니다. "원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달음박질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음이니라"(롬 9:16).